그러다 문학 잡지에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사진 작가로 등단하게 됐어요.
글과 사진으로 동시에 데뷔를 한 셈이네요.
시작은 여행에 관한 거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어쩌다 한 번 예쁘게 찍기는 쉽죠.
하지만 오직 복숭아를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촬영하며
몇 년의 여름을 지나 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Q. 작가님의 사진들은 계절 중에서도
유독 여름을 담고 있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A. 어릴 적부터 여름에 하는 산책을 참 좋아했어요.
장마가 지나가면 꽃도 나무도 사람도
부쩍 자라있는 듯해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고요.
인간의 성장과 성숙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젖어있는 대지와 높은 구름 같은,
어쩌면 불안정성에 관한 표상인 여름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A. 사진은 프레임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은 작가의 넓거나 혹은 좁고 깊은,
고유한 프레임 안에 존재한 세계라고 봅니다.
현실을 재현하는 것 이상으로
해석과 관념이 끼어든 상태의 것이죠.
그러나 언어를 탈락시킨 굉장히 모호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제 사진은 때때로 흐릿하기도 해요.

저는 그래서 사진이 좋아요.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또 가끔은
글보다 이야기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중학생 때부터
카메라가 손에 익어서 그런지,
사진은 제게 굉장히 흥미롭고 편안한 도구랍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꾸준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복숭아를 위해
몇 번의 계절을 보내며 작업을 구체화하는
안수향 작가에게는 그런 꾸준함의 향이 묻어나옵니다.

불안정성한 계절을 온전한 여름으로 만드는
안수향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보세요.
또 다른 필름 사진들은 경주에 위치한
‘필름로그’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안수향 작가는 2022년 7월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튼 서핑’ 이라는
책을 출간해 작가로서의 입지도 굳혀가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뽐내며
사계절 중 유독 여름에 관한 표상을 짙게 포착하는 이유와
사진에 관한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