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은 기(器) 형태에 대한 고민과 시도에서 시작한다. 기(器)는 크기과 형태에 따른 쓰임이 정해져 있다. 사람들의 인식 속 화병, 주병, 사발 등 기(器) 형태는 대부분 쓰임에 의해서 혹은 물성의 한계에 의해서 내경과 외경에 큰 차이 없이 제작된다. 나는 이러한 형태들이 지니고 있는 내, 외부의 형태와 공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器) 내부의 공간, 나에게는 신비롭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공간이다. 나는 여러 가지 기(器) 형태의 내부 공간을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해 외부로 노출시켜 내가 상상하는 기(器)의 내부 공간을 시각화하려고 한다. 작업에서 주로 보이는 선적인 요소들을 통해 형태의 일부분은 비워지고 공간으로써 노출된다. 실존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선들과 우리들의 인식 속 기(器)의 모습들로 인해 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태가 완성된다. 이렇듯 작업의 일부분을 공간으로써 노출시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 형태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TOUNOU X 박현준 Collabr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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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기(器) 2
Watch Wallpaper 823 X 1000
현재 작업에 한옥을 차용하는 요소들로는 크게 한옥의 지붕을 덮고 있는 기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창호 이렇게 두 가지 요소를 이야기할 수 있다. 기와는 한옥의 지붕을 이는 데에 쓰기 위하여 만든 건축 자재로 우리나라에는 수키와와 암키와의 구별이 있다. 한옥의 지붕을 구성할 때에는 수키와 와 암키와가 차례대로 중첩되어 구성되는데 이때 보이는 기와를 쌓는 반복적인 행위와 쌓인 기와들의 정돈된 모습을 활용해 기(器)의 형태에 건축적 이미지를 입혀보았다.
한옥은 크고 넓은 창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외부와의 단절이 아닌 외부(자연)을 안으로 들여오는 역할을 한다. 나 또한 기(器)의 형상에서 내외부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창호에서 볼 수 있는 직선적인 패턴들을 사용하고 있다. 형태의 일부분 혹은 형태의 전부를 선적인 요소들로 표현해 내, 외부의 공간을 잇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